[세계를 보다]위기 고조 우크라이나…“北 핵집착 키운다”

2022-02-20 19



언제 러시아가 침공할지 모릅니다.

지금 우크라이나가 딱 태풍 앞의 촛불 같은 신세지요. 

그런데 지금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나오는 말이 우리로선 의미심장합니다. 

“핵무기만 폐기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거란 건데요.

북한이 빌미로 삼기 딱 좋은 말이지요. 

<세계를 보다> 박수유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연 사흘 째 총성과 폭발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격화되며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미카일로 드라파티 / 우크라이나 부사령관]
"하루 60~65발의 포탄이 (친러 반군에서) 발사 됐습니다."

미국이 16일로 예측했던 러시아의 침공 예상일은 다행히 벗어났지만, 우크라이나 내전은 러시아의 침공 빌미가 될 수 있어 긴장은 최고조로 치닫습니다.

긴급 담화를 통해 러시아가 침공 결심을 내렸다고 밝힌 조 바이든 대통령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그제)]
"280만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있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목표로 머지않아 침공할 겁니다."

함께 공개한 러시아의 침공 3단계 시나리오에도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 피해를 주장한 뒤, 자국민을 대피시키고 침공을 시작한다고 예측돼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우크라이나군 포탄이 자국 영토에 떨어져 폭발했다는 자국 언론 보도가 나오자 즉각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 술 더 떴습니다.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벨라루스 대통령과 함께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등의 발사 훈련을 지켜봤습니다.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그 우방국들에게는 핵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때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핵무기 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 내부에선 후회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우크라이나는 핵탄두 1700개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1994년 독립과 영토 보전을 약속받는 조건으로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겨 전량 폐기했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가 받은 독립과 영토 보전이라는 보상은 무용지물이 된 셈입니다.
 
우크라이나의 후회는 우리 안보에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우크라이나의 교훈을 새기며 핵 포기보다 핵 무장의 길을 선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토마스 셰퍼 전 주 북한 독일대사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게 핵 보유만큼 큰 가치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토마스 셰퍼 / 전 주북 독일대사]
"(북한의 핵 포기 대가인) 제재 완화에 너무 크게 의미 부여하면 안 돼요. (북한은 핵 포기가) 체제 안정에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북한에 대한 감시가 느슨해질 수도 있습니다.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에게) 북한의 우선순위는 더욱 낮아지고, (그 사이) 북한의 핵 고도화는 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미국과 대척점에 선 북중러의 위협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폐막 직후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세계를 보다 박수유입니다.

영상취재 최혁철
영상편집 방성재


박수유 기자 apori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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